휴가 그리고 피서(전북일보 8.9일자 문화마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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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그리고 피서
휴가,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잠시 멈추고, 며칠 심신에 여유를 가지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휴가 때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산과 바다로 피서를 떠난다. 숲 속 오솔길을 따라가며 삼림욕을 하면 기분이 상쾌하여 몸이 가뿐해지고, 계곡물이 흐르는 경치는 너무 아름답다. 바다에는 하얀 모래밭과 넘실대는 파도, 파도가 쓸고 간 바닷가 모래톱을 걷는 일은 짜릿한 기분을 안겨주고, 찰싹거리는 파도는 굳어있던 마음을 모두 녹여 버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데도 피서지로 떠나는 모양이다. 그런데 요즘은 유류대 상승, 차량운행 지체, 마구 버린 쓰레기 등, 목적지에 도착하면 오히려 육체와 정신적으로 피곤하여, 귀가 후 후유증을 앓기도 한다.
이럴 바에야 한적한 곳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책을 읽는 피서, 여기에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와 세상이 떠나갈 듯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곁들여지면 상쾌하고 동심에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멋진 휴가는 어떨까? 필자는 매년 여름 하루정도 한적한 계곡을 찾아가 발을 물에 담그고, 독서하면서 피서를 한다. 휴가 기간 동안 하루정도 자녀들과 야외를 다녀오고, 온가족이 집에서 조용히 독서삼매경에 빠져드는 것도 좋다. 독서에 집중하다보면 무더위를 잊을 수 있고,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벗 삼을 수 있어 이만큼 흐뭇한 일도 없다. 이런 휴가는 평소에 업무로 지쳐있는 심신을 휴식시키면서 결손지식과 최신정보를 보충할 수 있는 더없는 좋은 기회이다.
경비가 들지 않는 휴가방법은 도서관으로 피서(避暑)아닌 피서(避書)를 간다. 환경을 바꾸어 시원한 도서관에서 지적보충학습을 하고, 자료실에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 하루 종일 읽는다. 온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어린 자녀들에게 읽어주기도 하며, 전자자료실에서 영화를 관람하기도 한다. 어떤 가족은 맛있는 도시락을 싸들고 도서관을 찾는다. 어릴 때부터 얻어진 도서관 이용의 즐거움은 평생 가는 데 도움이 된다.
휴가기간 동안 지쳐있는 육신을 더 피곤케 하지 말고, 육신은 쉬어주고, 지식 충전으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휴가문화가 정착된다면, 새로운 마음과 건강한 몸으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세종대왕은 집현전 학자들에게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하게 했다. 사가독서는 조선 시대에, 유능한 젊은 문신들을 뽑아 휴가를 주어 독서당에서 공부하게 하던 일. 세종 8년(1426)에 시작하여 세조 때 없앴다가 성종 24년(1493)에 다시 실시하였다. 우리도 휴가문화가 이런 독서문화로 바뀌었으면 한다.
아직 남은 휴가기간 도서관으로 피서오세요. 그동안 읽어야지 하면서 미처 읽지 못한 책이 누구에게나 한두 권쯤 있을 텐데, 그 책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책들을 읽으며 책 속에서 이치를 찾고 지혜를 터득하여 하반기엔 더 나은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보시죠?
선진국의 국민들이 휴가를 책과 함께 하는 것처럼, 이제 우리 문화도 책과 함께하는 휴가문화로 바뀌어져 가야 하기 않을까요?
전북사립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 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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