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원 이사의 문화마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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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작은도서관,
풀뿌리 독서운동으로 전개해야
정기원 (전북 사립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
작성 : 2011-07-11 오후 8:23:18 / 수정 : 2011-07-11 오후 8:23:18
전북일보(desk@jjan.kr)
우리 지역에서 '작은 도서관'이란 명칭 사용은 1995년 9월, 여덟 분의 작은도서관 대표들이 모여 '전북작은도서관협의회'를 조직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작은도서관 운동의 취지는 현대인들은 바빠서 여간하면 도서관을 찾기가 쉽지 않으므로 생활공간 가까이서 누구나 쉽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들자는 것이다. 즉 언제, 어디서나 자기 집 서가에서처럼 책을 읽거나 빌려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지역주민들의 사랑방이 되어 이웃과 정보를 함께 나누는 '생활 속의 작은도서관'으로서 친근한 지역공동체의 교육 및 문화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작은 도서관 운동'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이에 필자도 대한민국의 작은도서관 운동을 17년간 해왔다. 그런데 요즘 자발적이어야 하는 풀뿌리운동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작은도서관을 설립하고자 하는 주체들이 도서관 및 독서에 대한 분명한 의식과 도서관 운영에 대한 대책도 없이, 작은도서관 공모에 선정되면 적지않은 지원금을 받는다고 하니 시작한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확실한 운영 밑그림도 없이 양만 많아지면 질은 떨어지고, 공공도서관의 가치까지 실추될 우려가 높다.
작은 도서관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는 기부문화를 확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에 운영비 증액 요구 타령도 그렇다. 기부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선 주민들이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즉 지역 특색에 맞는 도서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시에 지역주민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에 도서관을 개방하고, 주민들에게 가까이 나갈 수 있는 운영방법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 작은 도서관의 경우, 국가의 지원 없이 이용자들의 후원금만으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는 것은 참 좋은 예이다.
공공도서관은 장기 도서관 정책에 따라 도서관 사각지대에 작은도서관을 세워 거점 도서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도·지원과 가이드가 필요하다. 힘 있는 분들의 입김으로 도서관 근처에 중복으로 설치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으며, 지도를 위한 간섭보다는 가이드로서의 역할과 미래의 도서관 정책을 조망하여 선진국처럼 마을마다 한 곳씩 설치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설치에 신중을 기해야 하겠다. 요즘 예산의 중복·낭비로 의식있는 시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겠다.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주민들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다 해도 이용자가 없다면 도서관의 설치 목적은 감소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빌게이츠의 말처럼 "오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주민들의 헌신적인 참여가 바람직하다. 곧 풀뿌리 작은도서관 운동을 전개하여 열매가 맺어질 때 작은도서관 운동은 오래오래 지속될 것이다.
*정기원 회장은 전주대 대학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독서운동가이다. 1994년 전주에서 작은도서관 운동을 시작, 1997년 한국사립문고협회 전국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주대에서 수탁 운영하는 익산시립 마동도서관 관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독서지도 길라잡이', '삶으로 말하는 독서' 등이 있다.
/ 정기원 (전북 사립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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