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작은도서관 운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20여 년이 되었다. 동네 아이들에게 읽히고자 딸아이가 읽었던 책을 모아 열정과 의지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동안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독서 저변 확대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 뛰어다녔고, 대학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여 지금은 17만 자료를 소유한 도서관까지 운영하면서 나름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글을 쓰니 감회가 새롭다.
협회의 구성과 목적사업
1994년 봄은 우리나라 독서운동의 싹이 돋아난 시기다. 3월 ‘도서관법’이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으로 개정되어 ‘문고’라는 법적용어가 등장했고, 그동안 운영하던 작은도서관(문고)이 법으로 인정받아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부산, 전북, 경기를 중심으로 작은도서관 운동가들이 6개월 동안 논의 끝에 ‘문고’ 용어를 사용한 단체를 설립하기로 결의했고, 1997년 11월 28일 서울 횃불회관에서 작은도서관 관계자 180명이 모여 ‘한국사립문고협회’를 창립했다. 2004년 1월 4일 문화관광부로부터 ‘사단법인 한국사립문고협회’로 법인등록허가를 받고, 금년 6월 10일 명칭을 ‘한국작은도서관협회’로 변경해 활동하고 있다. 협회는 작은도서관학교, 국내외 도서보내기, 독서지도자 양성, 다독왕대회, 도서교환장터 등 풀뿌리 독서운동을 해왔으며, 작년 ‘작은도서관 진흥법’을 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협회는 개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국내외 작은도서관으로 구성되었으며, 광역시·도에 지회가 있다. 정책 지원을 위해 고문 23명, 도서관학계와 도서관계자로 구성된 자문위원 42명, 이사 5명, 회장 1명, 국장 7명과 1,500여 작은도서관 대표로 구성·운영되고 있다. 사업은 국내외 작은도서관 설치 및 지원, 독서의 달 행사 및 독서왕 선발대회 개최, 도서교환장터 운영, 작은도서관 운영자와 자원봉사자 교육, 국내외 사랑의 도서 보내기, 독서대학 및 평생교육기관의 개설,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사업 등이 있다.
작은도서관학교 운영, 자원봉사자 교육
전국을 순회하며 59차의 작은도서관학교를 개최하여 작은도서관 설립, 운영 활성화와 관계된 교육, 십진분류법, 독서지도, 운영사례 등의 내용으로 1박2일간 진행한다. 작은도서관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기존 운영자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협회가입의 필수교육이다. 그동안 서울 종로구, 순천시 등의 작은도서관 교육을 위탁받아 운영했고, 전북과 부산은 지자체 사회단체보조금을 받아 교육하고 있다. 금년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지원을 받아 수도권(서울), 경상권(부산), 호남권(익산) 세 권역에서 ‘2013 작은도서관 운영자 역량강화 워크숍’을 성황리에 마쳤다. 또한 『한국작은도서관문화』 신문을 계간 발행, 교육에 참석치 못한 분들과 관계공무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운영자와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지도사, 독서심리상담사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민간자격과정 이수 후 검정을 거쳐 자격을 취득·활동하고 있다. 독서지도사 교육을 통하여 교육생들에게 작은도서관 독서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하고, 가정의 독서환경조성에 앞장서 온 가족이 책 읽는 가정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 종로구청, 양천구청의 독서지도사 과정을 위탁 운영했고 공공도서관, 복지관, 여성인력센터 등 원하는 곳이면 강사를 파견하여 강의를 하고 있으며, 작은도서관 노인일자리 직무교육도 진행했다.
사랑의 도서 보내기 전개 및 도서장터 운영
협회는 15년 동안 사랑의 도서 보내기를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수십만 권을 지원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EBS교재 지원 사업을 함께 진행했다. 또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3,500여 명의 고등학생에게 교재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작은도서관에는 출판사와 회원 작은도서관이 기증한 도서를 재기증하고 있다. 몇 년 전 태국 쏭클라대학교 도서관에 한글도서 2만여 권을 기증하여 대학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그 외 해외 수십여 나라 한인들을 위하여 도서를 지원해왔고, 현재 필리핀 6곳, 중국 3곳, 라오스 등 작은도서관에 도서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옥천경찰서 향수도서관, 백호도서관, 포천 전차부대, 경찰서 유치장 등에도 도서를 지원하고 있으며, 회원 도서관에는 연간 100여 권을 지원하고, 신설 작은도서관에는 500여 권을 지원하고 있다. 독서는 습관이 중요하여 어려서부터 독서습관을 들여주어야 한다. 이에 어린이 다독왕 대회를 개최하여 전북 16회, 부산 15회 대회를 완료했다. 매년 3,4월부터 9월까지 책을 읽고 독서기록장을 제출하면 심사하여 약 100~300명을 시상한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독서생활을 장려하고 있다. 읽고 난 책을 교환하는 도서교환장터(책나눔)는 지자체의 사업보조금을 받아 1999년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행사로 시작해 전북, 충북, 광주 등에서 약 60여 회 운영하였다. 도서교환장터는 요즘도 약 1천여 명 이상 모이는 행사로 시민들의 반응이 좋다.
풀뿌리 작은도서관 운동의 순수성 찾아야
협회는 작은도서관 대표들이 모여 16년 동안 서두르지 않고 꾸준하게 풀뿌리 독서운동을 전개해왔다. 작은도서관을 옹호하고 정보를 나누며, 지역협의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부와 지자체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전국 광역시·도 의원들에게 작은도서관 정책과 지자체의 조례 등을 만들도록 독려해왔다. 또한 연관된 사업체와 단체기관 10여 곳과 MOU를 체결·협력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저렴한 도서를 공급하기 위해 서점과 협회 출판사 등도 운영하고 있다. 협회는 앞으로도 전국 작은도서관들의 힘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지역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단체들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연대를 위한 문도 열어놨으니 많은 참여 바란다. 작은도서관 운동은 책 읽는 것이 좋아 나뿐만 아니라 자녀와 이웃, 어린이들에게도 함께 책을 읽히고, 동네 엄마들의 사랑방과 학생들의 공부방으로 제공하고자 대책 없이 시작한 일이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자발적인 의지로 즐겁게 시작했고, 운영이 어려워지면 포기도 하면서 폐관도 경험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도서관 설립과 관련해 상담을 하다 보니 봉사정신에 입각한 운영보다는 지원받는 쪽에 관심을 두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해 운영하는 위탁식의 작은도서관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노력하기 보다 운영비 타령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운영목적과 독서운동에 대한 이해 없이, 전문성을 갖추려는 노력도 없이, 당장 눈앞의 문제에만 관심을 두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 풀뿌리 작은도서관 운동의 순수성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작은도서관 운동에 사명을 갖고 시작한 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견뎌내며 풀뿌리 자생능력을 키워왔기에 어떤 시련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더 활발한 작은도서관 운영을 위해 기업이나 독지가, 마을주민들이 관심을 더해줌으로써 작은도서관 운동이 지역사회에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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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원_㈔한국작은도서관협회 이사, 익산시립마동도서관 관장 |